우리는 누군가의 칭찬은 쉽게 잊어버리면서도, 싫어하거나 불편한 사람이 던진 말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겨두곤 합니다. 특히 그 말이 비난이나 조롱처럼 느껴질 경우, 시간이 흘러도 생생하게 떠오르죠. 이 현상은 단순한 기분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방어 본능과 감정 기억 메커니즘에 뿌리를 둔 심리적 반응입니다. 본문에서는 왜 부정적인 말일수록 더 오래 기억되는지, 특히 싫어하는 사람의 말이 뇌리에 남는 이유를 뇌과학적, 감정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기억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가시처럼 마음에 박힌 말
어떤 말은 잊히지 않습니다. 누군가 툭 던진 한 마디가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상황과 무관하게 머릿속을 맴돌죠. 특히 그 말이 불쾌했다면, 그리고 그 말을 한 사람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기억은 더 선명하고 무겁게 남습니다. 예를 들어, “넌 원래 그런 성격이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너랑 일하기 싫어하는 거야” 같은 말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자존감 깊은 곳을 흔들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 글에서는 왜 유독 '싫어하는 사람의 말'이 오래 남는지, 그 원인을 심리학과 뇌과학 관점에서 분석해봅니다. 이 현상은 단순히 민감한 성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 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는 반응입니다.
위협으로 인식되는 언어, 뇌의 경고 신호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위험, 갈등, 비난 등은 모두 위협으로 인식되며, 이런 자극은 뇌의 편도체(amygdala)에 강하게 각인됩니다. 편도체는 감정, 특히 공포와 불안에 관련된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로, 자극이 클수록 더 오랫동안 기억하게 됩니다. 여기서 '싫어하는 사람'의 말이 특별히 오래 남는 이유가 나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사람을 경계하며, 그들의 언행을 더욱 주의 깊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그 사람의 말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관계적 위험'으로 뇌에 저장되기 쉽습니다. 또한, 부정적 감정은 강한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어 뇌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특히 싫어하는 사람이 던진 말은 이미 형성된 감정 필터를 통해 더욱 부정적으로 해석되며, 우리의 자존감과 연결된 민감한 영역을 자극합니다. 더 나아가, 싫어하는 사람의 말은 반박이나 해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더 깊이 박힙니다. 대체로 우리는 감정을 즉시 표현하기보다 참는 쪽을 택하게 되며, 그 억눌린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인지 자극으로 남습니다.
그 말을 떠나보내는 연습
오래 남는 말은 대부분 상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상처가 자존감과 맞닿아 있거나, 내가 미처 대처하지 못한 순간에서 비롯되었다면 더 오래, 더 깊게 남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말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입니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나의 가치를 결정짓게 놔둔다면, 우리는 매 순간 외부 평가에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연습은, 그 말을 객관화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건 그 사람의 해석일 뿐”이라는 관점을 갖는 것이죠. 두 번째는, 당시 반박하지 못했던 나를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 말을 떠나보내는 연습입니다. 매번 떠오를 때마다 다르게 해석해보기, 글로 적어보며 감정 정리하기, 때로는 제3자와 이야기하며 감정을 환기하는 것 등이 도움이 됩니다. 싫어하는 사람의 말은, 내가 약한 존재라서 오래 남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만큼 우리는 관계에 진심이고, 스스로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오래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 기억을 다르게 꺼내어, 나를 이해하는 재료로 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