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어”라고 다짐했지만, 어느새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처럼 인간은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는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그 실수를 반복하는 아이러니한 존재이기도 하다. 본 글에서는 반복되는 실수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뇌의 작동 방식, 그리고 그 고리를 끊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탐색한다.
실수는 왜 그렇게 익숙한가?
인간은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한 번 실수한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종종 같은 말실수, 감정의 폭발, 시간 관리 실패, 관계의 갈등을 반복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실수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빠져든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우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실수는 단지 논리적 판단의 실패라기보다는 감정의 즉흥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충동적으로 음식을 과식하거나, 화가 나면 후회할 말을 내뱉게 된다. 이런 감정적 패턴은 단순히 ‘고치자’고 해서 고쳐지지 않는다. 감정은 뿌리 깊은 습관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는 '익숙한 길'을 선호한다. 뇌 속 신경망은 반복되는 행동과 사고를 통해 강화된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했던 실수도, 반복되다 보면 뇌는 그것을 ‘기본 반응’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실수조차 하나의 습관처럼 굳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실수는 단순한 한 번의 오류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 회로와 감정 습관이 맞물려 형성된 결과일 수 있다.
뇌와 마음이 반복을 만드는 메커니즘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를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뇌의 작동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는 복잡한 정보 처리 시스템이며, 동시에 매우 효율적인 자동화 기계다. 뇌는 새로운 행동보다는 익숙한 행동을 더 선호하며, 반복된 경험은 '신경 경로'를 강화시킨다. 이 경로가 강해질수록 뇌는 그 방향으로 더 빠르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 사람의 뇌는 감정 자극이 올 때마다 같은 경로를 따라 반응한다. 이 패턴은 일종의 자동 반사처럼 작용하며, 의식적인 제어 없이도 반복된다.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익숙한 패턴을 고수하려 하기 때문에, 실수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억’이다. 과거의 실수는 부끄러움, 후회, 죄책감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감정들은 자칫하면 자기방어 기제로 작동하면서, 실수를 직면하기보다는 회피하거나 합리화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실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넘기게 되며, 같은 실수가 반복될 환경이 만들어진다. 더불어 사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환경 속 사람들과 관계, 기대, 압박 속에서 행동한다. 예컨대,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충분히 반론하지 못하고, 이후 후회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실수는 단지 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외부 요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반복된다.
실수의 고리를 끊는 법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인간다운 면모이자, 동시에 변화의 기회를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그 반복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단순한 다짐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이 필요하다. 첫째, 실수를 ‘사건’이 아닌 ‘패턴’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 그랬네”라고 넘기기보다는, “왜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런 반응을 보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자기 이해가 깊어질수록, 반복의 고리는 느슨해진다. 둘째, 감정과 행동 사이에 ‘틈’을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명상, 호흡 조절, 감정일기 쓰기 등은 즉각적인 반응을 유예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이 틈이 생기면 우리는 익숙한 반응 대신 다른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셋째, 반복되는 상황에서 나를 지지해줄 ‘피드백 구조’를 만들자. 친구, 멘토, 코치와의 정기적인 대화나 피드백은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하는 행동 패턴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환경을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새로운 자극은 뇌의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수는 그 자체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제는 실수가 아니라, 실수를 마주하지 않는 태도다. 반복을 끊는 가장 큰 시작은 ‘다르게 보기’에서 시작된다. 익숙한 실수 속에서 새로운 배움을 발견하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첫 걸음이다.